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중증외상센터

    1. 머리말

    얼마 전, 국군 대전병원장으로 임명된 이국종 교수가 군의관 대상 강연에서 한국 의료계를 향해 쏟아낸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자신이 수십 년 동안 몸담아 온 외상외과 현장의 고통, 그리고 의료계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거침없이 드러냈습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우리는 지금의 한국 의료체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2. 이국종 교수의 작심 발언 

    1)“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

     

    강연에서 이국종 교수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으로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관료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서울대, 세브란스 고령 의사들과 공무원에게 평생 괴롭힘 당하며 살기 싫으면 생명을 다루는 필수 진료 과목은 하지 말라”고 말하며, 현장보다 행정 중심으로 굴러가는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해 온 그가 느낀 '이 시스템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반영합니다.

    2)“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 탈조선을 권하는 의사

    이국종 교수는 국군 대전병원 소속의 한 군의관이 미국 의사면허 시험(USMLE)에 합격한 사례를 언급하며, "희망이 없으면 떠나라"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 장려가 아니라, 현재 한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는 표현이었습니다.

    이 발언은 특히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많은 의료인들이 그 발언에 공감하며 “이국종이 포기할 정도면 상황이 정말 심각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3)“내 인생은 망했다” — 외상외과의 현실

    이국종 교수는 “한평생을 외상외과에서 죽도록 일했는데 바뀌는 건 하나도 없더라”며, 故 윤난덕 교수의 죽음을 언급했습니다. “과로로 죽었다”는 말은 고된 현실에 지쳐 외상외과를 떠나간 이들의 삶과 죽음을 현장 실무자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표현인 것입니다.

    외상외과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분야지만, 의사들에게는 가장 기피되는 진료 과목 중 하나입니다. 의사의 사명 감 없이는 소화하기 힘든 여건인 것입니다. 장시간 근무, 낮은 수가, 과중한 책임감 속에서도 현실적인 보상은 거의 없습니다. 이국종 교수의 절규는 그 구조적 모순의 결과입니다.

    4)“감귤”? 전공의를 향한 조롱

    이번 강연에서 또 다른 화제를 모은 표현은 “감귤”입니다. 이는 최근 의료계에서 복귀한 전공의들을 향한 조롱성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뜻한 온실에서 자라는 감귤처럼,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복귀한 젊은 의사들을 비꼬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감귤 정도로 놀리는 걸 보니 귀엽다”고 표현하며, 의료계 내부의 세대 간 갈등,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꼬집었습니다. 사실상, 젊은 전공의들이 감내해야 하는 노동환경은 악화일로인데, 이들을 조롱하는 문화는 문제 해결이 아닌 책임 전가에 불과한 것입니다.

    3. 한국 의료의 민낯

     

    이국종 교수는 강연에서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들을 쥐어짜 에스컬레이터 만들고, 통유리 붙이는 데만 집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환자 치료보다 병원 홍보와 외형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의료 인력은 소모품처럼 사용되는 현실을 비판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수가 중심의 경영 구조로 인해 환자 1명을 진료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진료과는 병원에서 점차 외면받고 있습니다. 결국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구조 속에서, 의사도, 간호사도, 환자도 모두 소외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이국종 교수와 관련된 또 다른 큰 이슈는, 그가 과거 몸담았던 아주대병원과의 갈등입니다. 내부 고발성 인터뷰를 통해 그는 병원장이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병원 내부가 거짓말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신병 걸릴 것 같다. 그냥 의미 없는 삶이다.” 이러한 고백은 단순한 개인의 하소연이 아닙니다. 의료진이 사람을 살리는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 불합리한 행정과 위계 문화 속에서 한 명의 의사가 얼마나 쉽게 고립되고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4. 마무리하며 :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국종 교수의 작심 발언은 단지 개인의 불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수십 년 동안 외면해 온 의료계의 뿌리 깊은 문제에 대한 경고입니다. 수익 중심의 병원 운영, 중증 진료과에 대한 낮은 보상, 의료 인력 착취 구조, 정책 결정권자들의 현장 이해 부족, 젊은 의사들을 향한 비난과 조롱등. 이 모든 요소들이 엉켜 오늘날의 의료 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위기는 단지 의료진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필수 진료과는 점점 붕괴되고 있고, 앞으로 응급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의 발언은 분명 과격하고, 때론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절망과 분노, 그리고 진정한 문제의식이 녹아 있습니다. 이제는 그의 고백을 단순한 뉴스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바꿔야 할 현실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반응형